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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스크리닝 — 잭 캐틀링

5월 한 달간 영상과 퍼포먼스를 사용해 작업하는 런던 기반의 작가 잭 캐들링의 인터뷰 스크리닝이 소프트 포커스 홈페이지에서 진행됩니다.


Into the Woods, Jack Catling, 16:33, HD Video, 2021


S/F: 몇몇 작품은 소품과 배경을 동반한 작가의 편집되지 않은 영상 형태를 지니는데, 작업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이 작업물의 형태에 대해 설명을 부탁합니다.

JC: 저는 이 시리즈 작품이 (극장 배경/고정 뷰 카메라 등) 퍼포먼스의 기록물이라기보다 영상 작업으로 봅니다. 저에게 있어 소품, 액션, 카메라 프레임, 위치, 무대 풍경은 모두 어떠한 자연의 비전과 낭만화되거나 신화화된 인간 간의 삐걱거리는 관계를 드러내는 실제적으로 존재하는 요소들입니다. 일상의 바깥에 존재하며 현실의 법칙이 일시 정지되어 있는 일종의 신비로운 공간으로서의 연극 무대의 백스테이지 대한 내용도 작업안에 존재합니다. 그 공간은 동시에, 혼란스럽고, 숨막히게 공포스러워 언제라도 무너져 다시 현실로 추락할 것처럼 느껴져요. 저는 그 상태의 미약함과 그것이 가지고 있는 일시적이고 연약한 약속이 주는 자유를 좋아합니다.


Pastoral, Jack Catling, 05:00, HD Video, 2021


S/F: 직접적이지는 않으나 각각의 작품에서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는듯 합니다. Pastoral에서 작가는 바이올린을 마스크로 쓴 채 좌절스러운 본인의 연주 상태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바이올린-얼굴 연주를 시도합니다. 작업에서 캐릭터와 다른 누군가로 또는 다른 것으로 변장하는 도구로서의 탈(마스크)은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JC: 제가 한 명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작업들에는 터무니없고 한심한 로맨틱한 영웅의 캐릭터의 요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낭만적인 영웅의 위치에 놓였을 때 정체성의 측면에서의 인간의 연약함은 화면 안에서 펼쳐지는 이상한 극장과 조잡하고 연약한 건축물을 통해 드러납니다. 어쩌면, 이 버전의 우리의 로맨틱한 영웅은 현실의 더럽고 지저분하게 덧댄 천쪼가리들일지 몰라요. 허무맹랑한 자세나 공허한 의식적인 몸짓으로만 존재하는 캐릭터로, 항상 그 밑에 있는 것을 무엇인가를 드러낼 준비가 되어 있어요.

마스크, 또는 내 작품 중 일부에서 얼굴이 없는 것은 인물의 익명성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애매하고 다소 공허한 형태로 그들의 정체성을 제거하지만 그들의 일부 조각/단서는 그대로 남겨두려는 시도입니다.


Flute Breather, Jack Catling, 02:22, HD Video, 2021


S/F: 작품 중 일부는 카메라 앞에서 공연되고 일부는 관객 앞에서 공연됩니다. Flute breather(피리부는 사람)는 사람들이 수다를 떠는 배경소리와 함께 핸드폰 세로 프레임으로 캐주얼하게 촬영한 것을 고려할 때 후자의 경우로 확실히 느껴져요. 이 작업에서 시작과 끝을 알리지 않고 관객들 앞에서 공연하는 것을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왜 이러한 선택을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관객들 속에서 공연하는 것과 무대에서 공연하는 것은 어떻게 다르가요?

JC: Flute Breather는 분명히 퍼포먼스 기록물으로 마을 축제 동안 일어나고 다른 행동들 사이에서 맴돌며, 주변 활동들과 합쳐집니다. 이런 유형의 공연은 활동의 배경에 섞이거나, 살짝 엿보면서, 그 활동을 가장하지만 나중에 이상한 것으로나 잘 맞지 않는 것으로 눈에 띄게 됩니다. H.G 웰스의 동명 이야기에서 벽에 있는 문이 산발적으로 나타나는 것과 같은, 주변부에 있는 기묘한 것의 작은 주입으로 존재합니다.


Excerpt from Shifting Landscapes, Jack Catling with Matthew Luck Galpin, 04:32, HD Video, 2020


S/F: Shifting Landscapes에서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담아내면서 어떠한 장소에 대한 향수가 느껴집니다. 이 작업 과정과 다른 작품의 제작 과정이 어떻게 다른 점이 있나요?

JC: 이 작업은 풍경, 놀이, 촉각 기억의 개념에 기초한 공동 작업이었습니다. 다른 작가들과 함께 작업하며 우리는 우리가 통제권을 포기할 수 있는 장소를 찾고, 그 장소 안에서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놀이였다는 점에서 이 작업은 일종의 실패와 멜랑콜리적 요소가 있는 듯 합니다.


Scenes from the Window, Jack Catling, 04:30, HD Video, 2022


Yellow, Jack Catling, 01:18, HD Video, 2022


S/F: 실패의 순간들이 작업 안에서 보여지곤 합니다. 저는 주인공이 어떤 존재의 상태를 포착하기 위해 끝없는 실험의 여정 중에 있고 관객은 이 순간들을 작가의 퍼포먼스-영상을 통해 엿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 같아요. 실패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주세요.

JC: 네, 그건 확실히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저는 삶 안에서 완전한 인간이 되지 못하는 본질적인 실패를 짊어지고 있다고 봅니다. 이것은 저에게 있어 매우 흥미있는 주제입니다. 사람이 되는 것의 심리적, 육체적 경험들, 우리에게 문화적으로 제시되는 역할들(영웅 등)과 삶의 일상적인 경험들 사이를 항해하는 지독한 경험입니다. 제게는, 우리의 경험과 문화의 많은 조각들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최근에 낭만적인 상상력의 터무니없이 연약한 본성을 가지는 낭만주의의에 관해 탐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만든 작품들 안에는 많은 관점들이 있으며 다양한 시각을 통해 이 실패의 상태를 질문하려고 노력합니다.


Chair Dance, Jack Catling, Durational Performance, 2018
Photographer Caroline Gervay


S/F: 마지막으로, 제가 실제로 관람한 2018년 Chiswick House에서 진행된 퍼포먼스에 관해 얘기해봐요. 춤을 추며 목적지를 향해 몸에 줄줄이 붙어 있는 나무 의자를 끌고 가는 모습은 불교도들의 삼보일배의 명상과 비슷하면서도 시각적으로는 더 즐거운 방식으로 접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비록 어느 순간 춤은 늦은 여름날 땀을 흘리는 노동의 행위로 변했고, 어쩌면 벌을 받고 있는 빨간 구두 동화의 주인공처럼 작가는 선택의 여지 없이 춤을 춰야만 한다고 느껴졌습니다. 이 특정한 작업에서 벌을 받고 있었나요? 아니면, 이 작업이 작가 본인에게 특별히 카타르시스를 준 순간이었다고 생각하나요?

JC: 저는 이 작업을 어설픈 참회나 명상적인 처벌에 더 가까운 것으로 접근했습니다. 문제의 의자들은 여러 다른 장소와 제 삶의 다른 부분에서 가져왔고, 춤이 진행될수록 의자들은 더 무거워졌고 팔다리와 더 엉켜버리며 제가 살아온 다른 상황과 역할들이 퍼포먼스 안에 담겨졌어요. 코트 주머니 안의 테이프 리코더에서 흘러나오는 느린 왈츠 음악은 명상의 반복적인 요소를 고조시키는 역할을 했고 그 음악이 고동치는 성가가 될 때까지 반복되었어요. 공연이 끝날 때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적절한 일은 그들이 해왔던 역할, 안이한 특성의 의식, 그리고 계속되는 진행에 대한 인식으로서 모인 의자들에게 절을 하는 것 뿐이였습니다.

S/F: 코트 안에서 음악이 나오고 있었는 지는 몰랐습니다! 그 음악 공유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JC: 당연하죠, 제가 콧노래로 불러드릴게요.



인터뷰 스크리닝에 포함되지 않는 잭 캐틀링의 작업은 작가의 홈페이지를 통해 관람이 가능합니다.